[한국대학신문]청와대 국립대 총장 인사 개입 의혹, 정부에 '부메랑'
· 작성자 : 교수회 ·작성일 : 2020-05-07 17:14:27 ·조회수 : 355
청와대 국립대 총장 인사 개입 의혹, 정부에 '부메랑'
교육부 간선제 단일화 '교육공무원법 개정' "없던 일로" 발빼기
[한국대학신문 이연희·김소연·이한빛 기자]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가 국립대 총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정황에 대한 폭로와 증언이 잇따르면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도 이를 다룰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 선출방식을 간선제로 단일화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사실상 포기했다.
국교련을 비롯해 임용제청 거부를 당한 총장 후보자들은 최근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국립대 총장 미임용 실태에 비선실세나 민간인 개입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상태다. 특히 적극적으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하면서,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청와대 국립대 총장개입 의혹은 △뚜렷한 이유 없는 총장임용 제청 거부 △2순위 후보자 임명 △직선제 폐지 압력 등 세 가지 양상으로 압축된다.
경북대는 임용제청 거부와 2순위 후보 임명이 순차적으로 이뤄져, 청와대 개입 의혹이 증폭된 도화선이 됐다. 경북대는 장기간 총장 공백 이후 재선거를 치러 김사열 교수를 1순위 후보자로, 김상동 교수를 2순위 후보자로 선출한 뒤 교육부에 두 후보의 임용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0월 2순위인 김상동 교수를 총장에 임명했다. 이에 경북대 구성원들이 ‘총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반발하는 등 후폭풍을 겪고 있다.
김사열 경북대 교수는 “정치권력을 업고 학교를 기만한 것”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김 교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2순위 후보자였던 김상동 교수 임명을 밀어붙였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밝히는 한편, “지난해 말 한 대학 구성원으로부터 총장 임용을 도와주겠다며 과거 활동경력에 대한 반성의 내용이 담긴 일종의 충성서약서 같은 각서를 쓰라고 해 거절한 적이 있다”고도 폭로했다.
2순위 후보자 임명 첫 사례인 성낙인 서울대 총장 선출과정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일 <한겨레>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2014년 6월 15일 업무일지에 '6/19(목) 서울대 총장 逆任(역임·거슬러 임명함)'으로 적혀 있었다고 청와대의 인선 개입 의혹을 보도하면서다.
성 총장은 총장추천위원회에서 2순위를 받았지만, 2014년 6월 19일 서울대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된 바 있다. 성 총장이 1980년 영남대 강사로 시작해 1981년 9월 전임교원으로 임용, 19년간 근무한 경력이 박근혜 대통령이 영남대 이사회에 몸담은 시절과 겹치는 것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에 성낙인 총장은 12일 직접 서울대 구성원들에게 이메일 서신을 보내 "비망록의 '서울대 총장 선임(選任)' 한자를 '역임'으로 잘못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자 약자를 사용하지 않는 젊은 세대는 '역'으로 읽을 소지가 있지만, 이러한 약자 표기는 50대 이상 법학자 및 법조계 인사들에게는 일상적인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가 열리기 나흘 전 청와대가 성낙인 총장의 선임 여부를 기록, 논의한 자체만으로도 청와대 개입 의혹을 벗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비선실세 의혹으로 또 다른 폭로가 제기된 대학은 한국방송통신대다. 류수노 교수는 방송통신대 1순위 총장 후보자로 선출됐지만 교육부로부터 임용제청을 거부당하고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방송통신대는 총장 공석 사태가 27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방송통신대 교직원들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이 방송통신대 일본학과 동문이라는 점, 재학 중이던 2011년부터 방송통신대 출신 인사들의 사교 모임인 '리더스클럽'의 부회장을 맡아 학내외 인사들과 인연을 맺었다는 점, 직접 자신 소유인 경기도 기흥CC 골프장에 보직교수들을 초청하고 모임을 가졌다는 점을 폭로하기도 했다.
류수노 교수는 총장 선임과정의 외압 가능성에 대해 “2년 6개월 동안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하나 베일이 벗겨지는 것 같다”고 심정을 밝혔다.
또한 “당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자신이 (임용제청 거부) 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며 “청와대에서 직접 연락했을 때는 이명박 정권 당시 시국선언 참여 여부나 자산, 연구, 거주 이전 등 사안을 물으면서도 ‘단지 체크리스트 중 하나’라고 말했었는데 정작 뚜렷한 이유 없이 임용제청을 거부하니 황당했다”면서 우병우 전 수석의 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또 다른 2순위 후보자를 임명한 충남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저녁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2015년 11월 충남대 총장 선거 당시 ‘한양대 인맥’이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와 총장선거를 관리한 박길순 충남대 교수, 한석수 당시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문고리 3인방으로 알려진 이재만 전 비서관 등 유력 관계자가 모두 한양대 출신이라는 얘기다. 김상률 수석은 부인하고 있지만 2순위 총장 후보자 선임과 관련해 여전히 폭로전이 계속되고 있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교육부의 태도 변화도 눈에 띈다. 이명박정부 당시 교과부는 교대의 총장 선출방식을 간선제 전환하도록 하고, 교육역량강화사업과 연계해 국립대와 MOU를 체결하는 등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는 것은 물론 교육공무원법 개정 추진을 밝히는 등 노골적으로 국립대 총장선출방식을 간선제(구성원참여제)로 유도하고 단속한 바 있다.
일관되게 직선제 폐지를 유도한 교육부는 부산대 직선 총장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면에 부산대 전호환 총장이 후보자 선출 이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자신의 '친박성향'을 강조하는 문건을 보내는 등 막후교섭을 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청와대가 교육부에 임용제청 가이드라인은 제시하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본래는 교육부가 임용후보자 중 제청을 한 뒤 청와대에 임명을 요청하도록 돼 있다.
교육부는 현재 국립대 총장 인선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교육부 고위 관료는 여전히 “임용제청 거부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한 후보자들에게 결격사유가 있다”면서 인선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야당 공세가 강해져 국립대 총장선출 방식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자 교육부는 한발 빼는 분위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육공무원법 개정은 전혀 검토되고 있지 않다”면서 “재정지원사업 정책지표도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총선으로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개편되고 비선실세 사태까지 겹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재정지원사업 정책지표 축소 역시 국회의 부대의견이 크게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최근 2017년도 교육부 예산안 통과 부대의견으로 국립대학 혁신 지원(PoINT-포인트) 사업에 대해 ‘총장 선출방식 관련 정책유도지표를 3년 내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교육부는 다른 재정지원사업도 해당 지표를 축소하거나 폐지할 것인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만약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한 확실한 물증이 나올 경우 이번 파동은 조기대선과 함께 교육부 해체론에 힘을 보탤 근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립대 총장은 “국립대 총장 인선은 대학 자율성 근간이다. 대학이 2순위로 선출한 후보를 임명하고, 선출방식과 관계없이 33개월까지 총장을 공석으로 두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국립대에서는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고 회복 가능성도 낮다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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